최민호와 조윤우, 박서준, 박형식, 도지한, 김태형(왼쪽부터)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에서 열린 KBS2TV 월화드라마 '화랑'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임세준 기자

[더팩트|권혁기 기자] 연기돌이란 '연기하는 아이돌'의 줄임말로, 그룹으로 활동하면서 연기를 병행하는 아이돌 가수를 뜻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소녀시대 윤아가 있죠. 사실 윤아는 소녀시대로 데뷔하기 전에 MBC '9회말 2아웃' 출연으로 먼저 배우 데뷔했습니다. 이어 '너는 내 운명' '신데렐라맨' '사랑비' '총리와 나' 'THE K2'에 출연했으며 중국 드라마 '무신 조자룡'에도 출연하면서 글로벌 연기돌로 거듭났습니다. 이제 곧 '공조'로 스크린에도 데뷔 합니다.

2010년 미쓰에이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수지 역시 이듬해 KBS2 '드림하이'로 연기자로 활동을 시작,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국민첫사랑'이란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미쓰에이와 같은해 데뷔한 제국의아이들 임시완도 대표 연기돌이죠. MBC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성공적으로 연기돌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영화 '변호인'은 임시완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됐죠.

요즘에는 '연기돌'이 호평을 받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케이스도 많았습니다. 젝스키스 장수원은 지난 2013년 '사랑과 전쟁'에 제국의아이들 문준영, 걸스데이 유라와 함께 출연해 '로봇연기의 달인'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장수원은 1998년 영화 '세븐틴' 이듬해 뮤지컬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시트콤 '논스톱3' 등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지난 19일 첫 방송된 KBS2 '화랑'에는 연기돌이 셋이나 등장합니다. 샤이니 민호와 제국의아이들 박형식, 방탄소년단 뷔(본명 김태형)가 출연하죠. 특히 뷔는 첫 연기입니다. 그룹 내 연기 데뷔도 처음이죠. 아직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기대감을 높일 전망입니다.

아이돌 출신 윤아 수지 임시완(왼쪽부터)은 연기에서도 두각을 드러내 공통점을 갖고 있다. /더팩트 DB
아이돌 출신 윤아 수지 임시완(왼쪽부터)은 연기에서도 두각을 드러내 공통점을 갖고 있다. /더팩트 DB

그러고 보니 11월 종영된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도 연기돌이 두 명 출연했습니다. 아이유(본명 이지은)와 엑소 백현이었죠. '달의 연인'은 초반 1, 2회에서 연기에 대한 혹평으로 고전을 면치 못해 한때 시청률 5.7%(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돌은 왜 연기를 할까요? 배우에 꿈이 있던 아이돌의 경우에는 연기 연습을 따로 하기도 합니다. 소속사 차원에서 연습을 시키기도 하죠. 인지도 상승이란 기본 목표 외에 가수 활동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에 아이돌 역시 연기 활동을 즐거워 합니다.

필자가 최근 조금 아쉬운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모 아이돌 걸그룹 멤버 중 연기를 병행하고 있는 연기돌 K에게 영화 출연 제안을 했더니 처음엔 매우 반겼다고 합니다. 최근 출연한 영화가 호평을 받은 뒤라 연기의 매력을 느꼈고, 출연진도 매우 쟁쟁했기 때문에 "너무너무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K는 평소 청순한 얼굴에 섹시한 몸매로 사랑을 받는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막상 지난해 여름 크랭크인 전 시나리오를 받고 거절했다고 하죠. "000 역이 00을 하는 캐릭터인지 몰랐습니다. 죄송한데 아이돌한테 00은 매우 치명적이라서요." 물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걸그룹이니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알고 보면 영화의 내용은 매우 따뜻하게 끝이 납니다. 그저 이미지가 추락할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것저것 다 가린다면 '연기돌'에서 '배우'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시청자들은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고교생의 신분으로 혼전임신한 서봄 역의 배우 고아성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기는 연기일 뿐이니까요. 

샤이니 민호의 경우에는 영화 '두 남자'에서 가출 청소년 진일을 연기했습니다. 민호는 '두 남자'에서 술집에서 먹고 도망치기, 담배 피우기, 침 뱉기, 욕하기 등등 다양한 일탈을 연기했습니다. 워낙 바른 심성의 민호라 문제아 연기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두 남자'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면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K는, 정확하게 K 소속사는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흔쾌히 출연할 것 같았던 작품에 대해 고사를 했습니다. 그게 과연 K에게 독이 될까요? 약이 될까요? 물론 '그 배역 하지 않아도 다른 작품은 많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배우라면, '내 분량 내 역할'에만 신경쓰지 않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이 어떤지, 내가 이 영화에 일조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배우 황정민은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악역에 아주 짧은 분량으로 출연한 바 있습니다. 관객들은 황정민의 다른 면모를 보고 놀라면서 즐거워했습니다. 황정민도 "작고 악역이라고 거부한다는 것은 손해보는 일"이라며 "그것만의 매력이 있다. 그걸 느끼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필자에게 말한 바 있습니다. 어떤 배역이든 무조건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연기에 대한 원대한 포부가 있다면서 당장 이미지만 따지는 행동은 결국 배우로서 손해를 보는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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