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세몰이의 변수는 연예인 지지자. 유명 연예인들은 대선 때면 으레 지지 후보를 밝히고 공개하거나 공개 유세를 해 세몰이에 나섰다. 왼쪽부터 역대 선거전에 뛰어든 송해 현미 박상원 김흥국. /더팩트 DB


[더팩트|강일홍 기자] 이번 대선에는 3가지가 없다고 말합니다. 현직 대통령(탄핵 궐위)이 없고, 대통령이 없으니 집권 여당 프리미엄을 업은 후보가 없습니다. 호남 출신 후보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선거 직후엔 대통령직 인수위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고요. 유권자들한테는 그만큼 철저한 후보 검증이 요구되는 선거입니다.

대통령 선거하면 으레 추운 겨울이 연상되는데요. 유권자들은 유세차량에서 늘 두꺼운 외투 차림의 후보들을 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후보나 유권자 모두 옷차림부터 확 달라졌습니다.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따뜻한 날씨가 이미 말해주듯 일단 유권자들의 표정은 밝습니다. 과거 종종걸음으로 지나치는 유세장의 썰렁한 분위기도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선거는 선거입니다. 대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각 후보 진영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돕니다. 더구나 오늘(3일)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이 시작됐습니다. 공정성을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라지만 유권자들은 더 답답할 수밖에 없죠. SNS 등을 통한 부정확한 정보가 나돌고,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더 큽니다.

한류스타의 나들이에 유세장 열기 후끈. 배우 이영애는 지난해 총선에서 남편 정호영과 인척관계인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공개지지하고 유세장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 캡쳐
한류스타의 나들이에 유세장 열기 후끈. 배우 이영애는 지난해 총선에서 남편 정호영과 인척관계인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공개지지하고 유세장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 캡쳐


◆ 2012년 대선 특정후보 공개 유세 송해, KBS '전국노래자랑' 진행 뒤늦게 논란

아무튼 계절부터 바뀌고 보니 그만큼 달라진 게 많은 선거가 된 것은 확실합니다. '있는 것 없는 것'을 굳이 구별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번 19대 대선에서 유난히 달라지고 도드라진 특징은 또 있습니다. 다름 아닌 연예인 지지자가 없다는 것이죠. 그러고 보니 정말 이번 대선 유세현장에는 선거 때면 으레 단골로 등장한 연예인들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연예인들이 본격적으로 대선판도에 뛰어든 시기는 8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특히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맞붙은 13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각 후보들이 여의도광장 100만 명 유세로 세를 과시하기 위해 연예인들을 많이 동원했죠. 이 때를 기점으로 대선 때면 어김없이 연예인들은 유력 후보의 편에서 지지 의사를 밝혔고, 대중적인 세몰이의 변수가 됐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2년 대선 때만 해도 많은 연예인들이 여야로 갈려 전면전을 벌였습니다. 당시 가수 설운도 현미 김흥국 등 트로트 가수들과 심양홍 박상원 등 중견 배우들로 이뤄진 연예인 군단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이중 여전히 KBS '전국노래자랑' 진행자인 송해의 경우 당시 보여준 노골적 색깔로 뒤늦게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유명 스타의 선거 지원은 필수? 가수 태진아는 지난해 새누리당 박덕흠(왼쪽) 후보의 선거 유세에 나섰고, 배우 김수미는 더민주 정세균 후보의 창신 시장 유세현장을 지켰다. /박덕흠 페이스북, 정세균 캠프 제공
"유명 스타의 선거 지원은 필수?" 가수 태진아는 지난해 새누리당 박덕흠(왼쪽) 후보의 선거 유세에 나섰고, 배우 김수미는 더민주 정세균 후보의 창신 시장 유세현장을 지켰다. /박덕흠 페이스북, 정세균 캠프 제공


◆ 올 대선 '연예인들만 불이익 두려워 쉬쉬', 대중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도 한몫

이번 대선 유세장에서 연예인들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많습니다만, 딱 한 마디로 말한다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정치적 환경에서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달리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은데요. 대중스타는 폭넓은 팬층을 기반으로 숨을 쉽니다. 한 쪽을 지지하는 순간 다른 쪽은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적 색깔을 내기가 갈수록 불편한 상황이 됐죠.

다 알다시피 19대 대선이 조기에 치러지게 된 이유 중에는 대중문화계 블랙리스트의 논란도 한몫했는데요. 다름 아닌 정권 차원에서 편가르기를 했다는 비난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당사자가 된 일부 연예인들은 행여나 구설에 오르지 않기 위해 극도로 몸을 사리는 형국이 됐습니다. 어느 편에 서든 정치적 성향이 노출되면 불이익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전통적으로 연예인들은 유권자라는 이름으로 대중적 지지를 받는 정치인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연예인들이야말로 가장 자유롭게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어떤 이유에서든 침묵해야 할 처지가 된 건 분명해 보입니다. 온 국민 축제의 '5월 장미대선'을 연예인들만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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